작성일
2021.05.29
수정일
2021.05.29
작성자
이준희
조회수
344

찰스 다윈의 '인간 유래와 성 선택' 150주년, 현대 과학이 평가하다

만년의 찰스 다윈. 다윈은 비글호 항해를 다녀온 후 무려 18년 이상 은둔하다시피 하며, 진화론의 여러 이론을 다듬어갔다. 위키피디아 제공
만년의 찰스 다윈. 다윈은 비글호 항해를 다녀온 후 무려 18년 이상 은둔하다시피 하며, 진화론의 여러 이론을 다듬어갔다. 위키피디아 제공

진화론의 창시자 찰스 다윈이 1871년 펴낸 ‘인간의 유래와 성 선택’은 ‘종의 기원’과 함께 현대의 진화론을 수립한 명저로 꼽힌다. 다윈은 1859년 발표한 '종의 기원'에서 경쟁에서 환경에 적응한 것이 생존해 자손을 남기며 진화한다는 자연선택설을 발표하며 창조론이 주류이던 당대 사회에 큰 충격을 줬다. 다윈은 그 다음으로 발표한 '인간의 유래와 성 선택'에서 유인원과 인간의 차이를 협동심과 학습 능력, 문화의 축적에서 찾고 이를 진화의 산물로 해석했다. 다윈의 연구는 이후 인간의 기원과 진화에 관한 과학 연구의 토대를 마련했다.

 

세르게이 가브릴레츠 미국 테네시대 생태학 및 진화생물학부 교수 연구팀은 '인간의 유래와 성 선택' 출간 150주년을 맞아 다윈의 아이디어가 100년 넘게 현대의 연구로 어떻게 이어지고 있는지를 분석한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20일 발표했다.

 

다윈은 인간이 하등한 생물에서부터 시작해 오늘날에 이른 '진화의 산물'이라고 해석했다. 하지만 생김새나 행동의 유사성에서 유인원을 인간에 가까운 존재로 지목했을뿐 연결고리는 찾지 못했다. 현대 생물학은 인간이 DNA의 96%를 유인원과 공유하는 것을 확인했다. 600만~800만 년 전 인류와 유인원의 마지막 공통 조상이 있었고 그뒤 현생 인류로 진화가 이뤄지며 다른 생물처럼 종이 세분화하며 발달해 나갔다는 것도 확인했다.

 

인간은 진화 과정에서 협력을 통해 비용을 절감하고 ‘규모의 경제’를 형성해 새로운 자원을 발굴했다. 학습을 통해 경험과 혁신을 축적하고 공동체와 다음 세대로 빠르게 확산해 나갔다. 이 두 가지 능력이 발달하면서 인간은 외부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자연선택설을 따르는 다른 동물처럼 신체 기관을 진화시킬 필요는 없어졌다. 과학자들은 이런 인간의 능력이 260만 년부터 약 1만 년 전까지 지질시대인 홍적세 동안 길러진 것으로 추측한다. 이 시기 빙하기가 네 차례나 찾아오자 인간은 급격한 기후변화에 적응하는 능력을 갖춰야 했다. 도구를 제작하고 미래를 예측해 일을 기획하는 등 현재 인간만이 가지고 있는 복합적인 능력을 빠르게 획득했다. 

 

심리학자들은 다윈이 인간이 고등적인 존재라는 점을 뒷받침하기 위해 제시한 도덕과 사회 규범, 사회 제도 등 인간 행동을 구속하는 요소도 진화의 산물로 평가하고 있다.  학습을 통해 개인이 즉각적으로 생물학적, 물질적 이익을 얻는 대신 사회 전체가 이익을 얻게 해 인간을 강하게 하는 ‘동맹 심리’를 구축했다는 것이다. 이는 외모나 행동, 신념, 계급으로 다른 사람을 차별하는 부산물도 낳았다. 가브릴레츠 교수는 “지금의 사회는 기후변화, 불평등, 경제위기, 갈등, 전염병 등 다양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며 “현대 과학이 이러한 문제에 적절히 답하려면 인간의 사회적 행동과 협력, 문화의 역할을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에서 다윈의 저서들은 인종차별과 성차별적 인간관을 피하지 못했다는 냉정한 평가도 듣고 있다. 다윈은 유럽인과 다른 대륙의 원주민을 비교하며 ‘미개인’으로 언급하는 등 진화가 덜 된 존재로 묘사했다. 다윈은 “미개인이 숭배하는 장식과 음악이 조잡한 것을 보면 그들의 심미적 재능은 새 같은 일부 동물의 재능만큼이나 하찮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하지만 현재 진화학자들은 아름다움에 관한 판단이나 도덕성은 생존을 위해 적응하는 자연선택과는 연관성이 떨어지는 만큼 다윈의 논리는 빈약하다고 비판하고 있다. 

 

여성을 평가하는 시각도 한참 뒤떨어진다. 다윈은 구체적인 데이터와 기준이 없는 상황에서 남성을 용감하고, 활기차고, 창의적이고, 지적인 존재로 묘사했다. 다윈은 “남자와 여자가 지적 능력에 큰 차이가 있다는 것은 무슨 일을 시작하든지 남자가 더 높은 수준에 이른다는 사실만 봐도 알 수 있다"며 "이런 차이는 성 선택의 결과일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아구스틴 푸엔테스 미국 프린스턴대 인류학과 교수는 20일 사이언스에 발표한 사설에서 “성별 차 때문에 지능에 차이가 난다고 평가하는 주장은 근거가 없다"며 “진화 과정을 남성 중심적으로 해석하고 여성을 수동적으로 평가한 그의 주장은 불명예스럽고 위험하며 틀렸다”고 밝혔다.

 

푸엔테스 교수는 “과학계는 진화 과학이 가진 잘못된 편견과 해악을 거부할 수 있다”며 “다윈의 통찰력에 대해서는 인정하지만 그의 근거없고 해로운 주장은 반박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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