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2020.11.03
수정일
2020.11.03
작성자
손님2
조회수
482

[분석장비 이야기] 여과성 병원체(바이러스)를 발견한 전자현미경

 

생명과학 분석장비 탐험가 (2020-10-28)


평소 글을 잘 쓰고 싶은 욕망이 있어, 글쓰기에 대한 책을 즐겨 본다.
강창래 작가의 ‘위반하는 글쓰기’가 출간됐다고 하여, 고민 없이 바로 사서 읽어보았다.
이 책을 읽던 도중, 여기서 잠깐 소개한  ‘동적평형_ 후쿠오카 신이치 저’의 문체에 관심이 쏠렸다.
이유는 이 책의 문체가 그 동안 흠모했던 칼세이건의 ‘코스모스’를 연상케 했기 때문이다.

‘위반하는 글쓰기’를 다 읽은 다음,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동적평형’를 사서 바로 읽었다.
기대 이상이었다.  저자는 문학적 감성과 철학적 메시지를 필두로 대중과 과학을 단단히 결합시켰다.

책을 읽는 동안 문학과 과학의 결합에서 나오는 진동은 나를 마치 옥시토신, 도파민, 세로토닌이 잘 배합된 호르몬 칵테일을 들이킨 것처럼 황홀케 하였다.
덕분에, 평소 ‘분자생물학’에 접근조차 두려워했는데 지금은  ‘분자생물학’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뇌의 기억, 소화, 다이어트, 세포의 신비, 사람과 병원체의 싸움, 등에 대해 몰랐던 사실은 흥미와 감탄으로 치환되어 나에게 다가왔다.

이 책에서 얻은 제일 큰 소득은 아무래도 생명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사색할 기회를 가졌다는 것이다.
책에서 주장한 생명은 끊임없이 흐르면서 정교한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시간의 차원을 거스르지 않고 계속해서 자기자신을 파괴하고 재구축한다고 말한다.
살기 위해 죽어야 한다니...... 좀 서글프지만, 어찌 보면 세상의 이치도 이와 비슷한 것이 꽤 많다.
살기 위해 밥 먹고, 똥 싸고, 또 밥 먹는다. 회사도 영속하기 위해 신입사원을 뽑고, 기존 사원을 내보내고 또 신입사원을 뽑는다.  심지어 집의 가구마저도 버려야 새것을 들여 놓을 수 있다.

아무튼 우주상에 있는 모든 것들이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끊임없이 파괴하고 재생산하는 동적 평형의 이치에 근접하고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달을 수 있었다

특히 코로나-19 바이러스 때문인지 글꼭지 중  ‘사람과 병원체의 싸움’에 대한 내용은 아주 흥미롭게 읽었다.
일부 내용을 추려본다.

‘여과성 병원체의 발견’
“19세기 후반, 코흐와 그의 제자들이 잇따라 병원균을 발견함에 따라 병원체는 모두 세균이라고 여겨졌으나 20세기를 얼마 남겨두지 않은 시점에서 세균이 아닌 병원체가 발견되었다.
담배모자이크병을 연구하던 러시아 과학자 드미트리 이바노프스키가 세균보다 훨씬 작은 병원체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밝혀낸 것이다.

당시 세균을 분리할 때는 유약을 바르지 않고 초벌만 구운 도기로 만든 여과기에 그 배양액을 여과시켰다. 세균은 이 초벌구이 도기의 미세한 구명을 빠져나가지 못할 정도로 크다.
대략 0.5~5마이크로 미터 정도, 이 크기가 대략 어느 정도인지 상상이 잘 안될지도 모르겠는데, 보통 사람의 세포가 직경 30~40마이크로미터이며 이는 1밀리미터의 30분의 1이다.
세포가 사람의 주먹만 하다면 세균은 쌀알 정도 크기다. 이 0.5~5마이크로미터 정도의 세균이 초벌구이 도기의 틈새에 걸려 밑으로 빠져나가지 못하는 것이다. 당연히 도기를 통해 여과된 액체에는 세균이 남아있지 않게 된다.

이바노프스키도 이런 방법으로 담배모자이크병의 ‘병원균’을 여과, 분리하려고 했다. 그런데 도기 위에 남은 것을 현미경으로 들여다봐도 세균은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여과된 액체를 담배(잎)에 뿌리자 모자이크병이 발생했다.
즉, 담배모자이크병의 병원체는 도기 조각의 미세한 구명으로 빠져나간 것이다. 이바노프스키는 당연히 여과된 액체를 슬라이드글라스 위에 놓고 현미경으로 조심스럽게 관찰했다. 분명 뭔가가 있을 거라 기대하면서......
하지만 아무것도 볼 수 없었다. 거기에 있어야 하는 병원체는 너무 작아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분명 병원체는 존재할 터였으므로, 그는 이를 ‘여과성 병원체’라 불렀다.

이 ‘여과성 병원체’를 시각적으로 확인하기 위해 우리는 전자 현미경이 등장할 때까지 기다려야만 했다. 세계 최초의 전자 현미경이 베를린 공과대학의 막스 크놀과 애른스트 루스카에 의해 개발된 것은 1931년, 그리고 1938년 지멘스가 제품화한 전자 현미경을 출시했다.

지금으로부터 70녀도 더 된 애기다. 전자 현미경이라고는 하나 그 성능은 현재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것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낮았을 것이다. 하지만 담배모자이크 바이러스의 결정화에 성공한 연구자들은 전자 현미경의 시야 안에 질서 정연하게 나열된 ‘여과성 병원체’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후쿠오카 신이치 ‘동정평형’ P154~156에서 발췌함.

이 글을 읽고 지금이나마 세균과 바이러스의 차이점을 알 수 있어서 다행이다.

아울러 분석장비 중 하나인 전자 현미경이 ‘여과성 병원체(바이러스)’의 존재 확인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분석장비 업계에 종사하고 있는 나로서는 이러한 내용에 감격할 수 밖에 없었다.

전자현미경을 개발한 애른스트 루스카는 1986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다고 한다.
비록 그가 처음 만든 전자현미경은 안타깝게도 당시의 광학현미경에도 휠씬 못 미치는 배율이었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고 연구와 개발에 매진하여 2년 후에는 광학현미경의 분해능을 뛰어넘는 전자 현미경을 만들었다고 하니, 열정과 노력이 대단하다. 사진 속 전자현미경의 스케치, 설계도면, 제작품에서 그의 성공 스토리가 보인다. 얼마나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을까? 빛도 아닌 눈에 보이지 않은 전자를 제어하기 위해 루스카 본인이 얼마나 자주 전자가 되어봤을까?

전자현미경의 가치를 더 음미해 보기 위해 1986년 노벨상 보도자료를 찾아본다.

요약
올해 노벨 물리학상 중 절반은 ‘전자 광학 분야의 기본 작업과 최초의 전자 현미경 설계’ 로 Ernst Ruska 에게 수여되었습니다. 생물학과 의학과 같은 다양한 과학 분야에서 전자 현미경의 중요성은 이제 완전히 확립되었습니다. 이것은 금세기의 가장 중요한 발명 중 하나입니다.

그 개발은 1920 년대 말 베를린 공과 대학에서 젊은 학생 인 Ruska가 수행 한 작업으로 시작되었습니다. 그는 자기 코일이 전자의 렌즈 역할을 할 수 있으며 이러한 전자 렌즈를 사용하여 전자가 조사 된 물체의 이미지를 얻을 수 있음을 발견했습니다. 두 개의 전자 렌즈를 결합함으로써 그는 원시 현미경을 만들었습니다. 그는 다양한 세부 사항을 매우 빠르게 개선했으며 1933 년에 기존의 광학 현미경보다 훨씬 뛰어난 성능을 가진 최초의 전자 현미경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Ruska는 이후 많은 과학 분야에서 빠르게 응용되는 상용 대량 생산 전자 현미경 개발에 적극적으로 기여했습니다.

배경 정보
기존 현미경의 발명은 과학, 특히 생물학 및 의학 분야에서 큰 진전을 이루었습니다. 더 좋고 더 나은 현미경이 만들어지면서 초과 할 수 없는 한계가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이것은 빛의 파동 특성과 관련이 있습니다. 광파를 사용하면 빛의 파장보다 작은 세부 사항을 구분할 수 없습니다. "해상도"라는 용어는 구분할 수 있는 이미지의 두 세부 사항 사이의 거리를 말합니다. 가시 광선을 사용하는 종래의 현미경의 분해 능은 약 4000 ? (1, 옹스트롬 = L0이다 -8 cm)입니다.

전자 빔을 사용하여 물체의 이미지를 생성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이 발견되었을 때 현미경의 획기적인 발전이 있었습니다. 출발점은 자기 코일이 광학 렌즈처럼 작동 할 수 있다는 발견이었습니다. 코일을 통과하는 전자 다발이 한 지점에 집중됩니다. 적절한 전기장은 전자 광학 렌즈 역할을 할 수도 있습니다. 이 유형의 렌즈를 사용하면 전자가 조사 된 물체의 확대 이미지를 얻을 수 있습니다. 이미지는 형광 스크린이나 사진 판에 기록됩니다. 또한 두 개 이상의 렌즈를 결합하여 배율을 높일 수 있음이 입증되었습니다. 이 작업은 1920 년대 말 베를린 공과 대학에서 수행되었습니다.

이 개발에 가장 큰 공헌을 한 과학자는 Ernst Ruska입니다. 그의 감독자 Max Knoll과 함께 젊은 학생이었을 때 그는 단순한 자기 코일을 연구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적절하게 설계된 철 캡슐화를 사용하면 전자 광학 특성이 향상된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무엇보다도 이제 짧은 초점 거리의 렌즈를 만드는 것이 가능해졌습니다. 이것은 고배율이 필요한 경우 필수적입니다. 두 개의 코일을 직렬로 사용하여 Ruska는 15 배의 배율을 달성했습니다. 이것은 그리 놀라운 결과는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자 현미경의 첫 번째 프로토 타입이었습니다. Ruska는 세부 사항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그리고 1933 년에 그는 현대적인 의미에서 최초의 전자 현미경으로 묘사 될 수 있는 것을 만들었습니다. 이것은 기존의 광학 현미경보다 훨씬 더 나은 성능을 가진 기기입니다. 그 후 그는 Siemens와 협력하여, 1939 년에 시장에서 최초로 상업적으로 이용 가능한 전자 현미경 개발에 참여했습니다.

그 이후로 전자 현미경의 개발은 매우 광범위했습니다. 전자는 점과 같은 입자이기 때문에 분해능은 이론적으로 무제한으로 간주 될 수 있지만, 양자 역학에 따르면 모든 입자는 위치 결정에 불확실성을 도입하는 파동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것은 일반적으로 0.5 ? 1 ? 정도의 가속 전위에 대한 분해능의 이론적 한계를 설정합니다. 실제로는 약 1?까지의 해상도가 달성되었습니다.
Ruska가 개발 한 전자 현미경의 유형을 투과 현미경이라고 합니다. 검사 대상 물체는 얇은 단면의 형태입니다. 전자빔은 빛이 광학 현미경으로 물체를 관통하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이것을 통과합니다. 그러나 전자 현미경에는 몇 가지 다른 유형이 있으며, 투과 현미경과 별도로 가장 중요한 것은 아마도 주사 전자 현미경 일 것입니다. 이 극도로 예리하게 집중된 전자 빔이 물체에 닿습니다. 방출 된 2 차 전자는 검출기에 의해 수집되고 전류가 기록됩니다. 자기 코일은 전자 빔이 TV 튜브의 빔과 같은 방식으로 물체를 스캔 하게합니다. 2 차 전자 방출의 변화는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 사용될 수 있습니다. 주사 전자 현미경 장점은 투과 현미경으로 얻은 단면 이미지와 달리 3 차원 이미지를 제공하는 큰 초점 심도입니다. 그러나 해상도가 더 낮습니다. 따라서이 두 가지 유형의 현미경은 서로를 보완합니다.

전자 현미경은 지난 수십 년 동안 기술적인 개선과 완전히 새로운 디자인으로 발전했습니다. 그 중요성은 거의 과장 될 수 없으며, 이러한 배경에서 가장 초기의 근본적인 작업의 중요성이 점점 더 분명 해지고 있습니다. 많은 연구자들이 참여했지만 Ruska의 기여는 분명히 우세합니다. 그의 전자 광학 연구와 최초의 진정한 전자 현미경의 구축은 미래의 전자현미경 개발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다양한 과학 분야의 많은 연구 그룹이 현재 주사 터널링 전자현미경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표면 연구는 반도체 물리학 및 마이크로 일렉트로닉스의 특정 응용 분야에서 물리학의 중요한 부분입니다. 화학에서 또한 표면 반응은 예를 들어 촉매 작용과 관련하여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유기 분자를 표면에 고정하고 그 구조를 연구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다른 응용 분야 중에서 이 기술은 DNA 분자 연구에 사용되고 있습니다.”
-1986년 노벨 물리학상 보도자료에서 발췌 번역함.

혹시나 하여 전자현미경으로 촬영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있는지 찾아본다.
역시나 있었다.
 
전자 현미경으로 촬영된 코로나-19 바이러스는 마치 검은 바다를 유유히 떠 다니는 다리 짧은 빨간 해파리처럼 생겼다. 스스로 에너지를 생산조차 못하는 이놈이 살기 위해 다른 세포에 기생하여 자신을 복제하고 심지어 변화까지 한다니 말문이 막힌다.

지루한 인간과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숨바꼭질은 언제 끝날까?
현재로선 누가 범인이고 경찰인 것은 중요하지 않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쉽게 열수 없는 자물쇠가 하루 빨리 개발되어, 더 이상 그들이 우리의 세포 안을 탐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유가 명쾌하진 않지만, 강창래 작가의 ‘위반하는 글쓰기’ 에서 시작한 나의 행동과 생각은 ‘동적평형’과 ‘전자현미경’을 관통한 후 ‘코로나-19바이러스’까지 이어졌다. 

비록 전자현미경으로 조차도 이러한 이어짐의 연관성을 볼 순 없겠지만, 다행히 이 글을 통해 세상은 모두 연결됐다는 것을 시각화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자료출처
‘동적평형’ 후쿠오카 신이치, 2010, 은행나무
https://www.nobelprize.org/prizes/physics/1986/press-release/

분석장비 이야기
분석장비 탐험가 (필명) (㈜신코 연구개발부, 책임연구원)
분석장비업계에 종사한지 15년이 된 평범한 직장인입니다.  우연히 사내 교육담당을 하면서 글쓰기에 호감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글과 함께 그동안 차갑고 무겁게만 느껴진 ‘분석장비’을 따스하고 가볍게 바라보려고 합니다.

출처: [BRIC Bio통신원] [분석장비 이야기] 여과성 병원체(바이러스)를 발견한 전자현미경 ( https://www.ibric.org/myboard/read.php?Board=news&id=32343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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