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2018.07.10
수정일
2018.07.10
작성자
손님
조회수
677

마이크로 피펫(Micro Pipette)의 태동과 변천사

생물산업 분석장비 탐험가 (2018-07-09 11:17)

마이크로 피펫(Micro Pipette)은 역사가 100년 남짓 밖에 안되지만, 요즘 실험실에서 한 개 정도는 비치하고 있는 주요한 실험 툴(tool)이다.

그리고 과거 60년 동안 과학자들이 혁신적인 업적을 쌓을 수 있게 훌륭한 동행자 역할도 톡톡히 수행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실험실을 새로 꾸밀 때 반드시 구비를 해야 하는 품목으로 사랑 받고 있다.

특히 마이크로 피펫이 미량분석(microanalysis)과 실험실 안전(safety)에 어떤 기여를 했는지 시대 흐름을 따라 탐구해본다.

1950년

마이크로 피펫의 태동 시기로 이때는 소량의 액체를 이송하기 위해 버너로 유리관 끝을 달구어 모세관처럼 얇게 만든 다음 이 모세관에 액체를 담아 피펫처럼 사용했다고 한다.

이러한 피펫은 칼스버그 피펫(Carlsberg Pippet)라고 불렸고 생김새가 우리가 지금 사용하는 피펫보다는 어릴 적 과학시간에 접했던 스포이드 더 가깝다.

대학교 들어가서 처음 화학실험 때 유리관과 버너를 사용해 스포이드를 만들어 본 사람이 제법 많을 것입니다.

저는 만들 때마다 재현성 있게 유리관을 가늘게 뽑기는 정말 어려웠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

이렇게 만든 유리관은 눈금자에 맞추어 정량화를 했다고 한다.

아래와 같은 평면의 눈금자에 맞추었기 때문에 둥금모양의 3차원 부피량과는 제법 많은 오차가 있지 않았을까?

칼스버그 피펫의 아주 놀라운 사용법은 입을 통해 시약을 빨아 다른 곳으로 옮겼다는 것이다.

아래 사진을 보면서 왜 마이크로 피펫이 실험실 안전(safety)에 크게 기여했는지를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다.

피펫을 입에 문 실험 자들의 표정이 제법 심각하다.

입의 흡입력을 잘못 조절하면 시약이 입으로 흘러들어 갈 수도 있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에 모든 정신을 입술로 집중해야 한다.

또 한가지 재미있는 것은 실험실에서 사용했을 것만 같았던 칼스버그 피펫이 실은 낙농업에서도 널리 사용되었다는 것이다.

이 시대에는 생우유를 짠 다음 병균 유무를 현미경으로 살피기 위해 칼스버그 피펫을 사용하여 우유의 작은 양을 현미경 슬라이드로 옮겼다고 한다.

그러던 중 G.S Riggs 란 사람이 칼스버그 피펫을 사용했을 때 우유가 자꾸 입으로 들어가는 것이 무척(?) 싫어서 기구적으로 우유가 튜브에만 들어갈수 있는 것을 고안하였고, 그 고안된 기술을 특허 출원해 버렸다.

그리고 그가 낸 특허는 24년 뒤 Warren Gilson(Gilson사 창업자)가 오늘날의 피펫을 고안하는데 지대한 공헌을 하였다.

이러한 아이디어가 가장 많이 사용하는 화학자와 생화학자로부터 나온 게 아니라 낙농업 종사자에게 나왔다는 사실이 참 흥미롭다. 이런 것을 보면 융합, 통섭, 퓨전으로 통하는 4차 혁명은 예전부터 계속 진행형이었던 것이다.

G.S Riggs, 그의 낙천적이고 창의적인 발상은 결국 ‘마이크로 피펫’이 세상에 나오게 했다.

G.S Riggs 가 제출한 특허의 도면을 보고 있으면, 마치 주사기와 많이 닮았다.

개인적으로 혹시 그가 소에게 예방접종하기 위해 주사기를 자주 사용하다가 아이디어가 도출된 것은 아니었을까?

1958년

이 시대에는 광학적 방법으로 효소를 검사(optical enzyme assays)하는 것이 활성화 되고 효소를 이용한 면역진단학(enzyme immunoassay)이 태동하는 시대다.

과연 효소검사방법과 마이크로 피펫이 무슨 연관성이 있었을까?

효소 면역 진단 실험은 소량이면서 많은 시료를 측정해야 했고,

이로 인해 1951년에 개발된 microtiter (나에겐 ‘well plate’란 이름이 익숙하다.)란 곳에 많은 시료의 소량을 분주 해야 했다.

그러므로 microtiter에 micro liter(ul)의 소량 시료를 편리하면서 정확하게 분주할 수 있는 툴(tool)이 절실히 필요하게 되었다.

다량의 소량 시료를 측정하는 효소검사의 출현은 결국 마이크로 피펫이 탄생할 수 있게 도왔고 활성화하는데 아주 큰 역할을 하게 되었다.

바로 이때, 독일 Marburg 대학에 근무하던 의학연구자 Heinrich Schnitger이 스프링이 장착되고, 플라스틱 재질의 교체 가능한 액체 용기를 적용하여 최초로 마이크로피펫에 대한 특허를 출원한다.

그가 개발한 이 툴은 ‘Marburg pipette’로 불렸으며, 독일 함부르크에 위치한 Eppendorf가 이 라이선스를 획득하여 상품화한다.

1974년

이 시대에는 microplate reader와 같이 미량분석(Microanalysis)과 생물공학(Biotechnology) 분야에 관련된 분석장비들이 더욱 활발히 발전 개량되었다.

그리고 이 장비들을 보다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서 더욱 정밀하고 다양한 시료의 분주가 요구되었는데.., 아직까지 이 요구를 충족할 만한 툴이 없었다.

바로 이때 Warren Gilson (Gilson Medical Electronics 창업자)이 세계 최초로 1개의 피펫에서 연속으로 시료량(volume) 조절이 가능한 마이크로 피펫을 개발하고

PIPETMAN 이란 이름으로 상용화했다.

그는 Henry Lardy와 함께 세포 성장에 따른 산소의 양을 알아내기 위해 압력계를 사용하던 도중에 이 압력계에 장착된 아주 작은 피스톤(piston)이 산소의 양을 측정함과 동시에 가변 한다는 것을 알았고, 이 원리를 응용하여 시료량 조절이 가능한 마이크로 피펫을 개발하게 된다.

아래 특허 도식도를 보면 그 정교함에 그의 열정을 느낄 수 있고, 보이지는 않지만 무궁무진한 시행착오가 그를 괴롭혔을 것이다.

콜라 하면 코카콜라가 떠오르는 것과 같이 피펫하면 PIPTETMAN이 연상될 정도로 PIPTETMAN 는 지금까지 유명한 명성을 갖은 피펫 브랜드로 통한다.

그들은 항상 미래를 내다봤으며 질문하기를 멈추지 않고 사용자를 어디로 이끌고 갈지 곰곰이 생각했고 결국 마이크로 피펫 역사에 방점을 찍었다.

1984년

연구자들은 마이크로 피펫의 기능에 만족하고 있었지만, 사용함에 있어 시료와 박테리아의 상호오염에 대해선 많은 우려감을 갖고 있었다.

이러한 이유로 Capp Denmark A/S 피펫 제조업체는 세계 최초로 멸균(autoclavable)된 다채널 피펫을 개발했다.

현재 약 80% 정도의 마이크로 피펫은 멸균처리된 제품들이다.


참고로 피펫과 피펫 Tip(피펫 앞쪽에 부착하는 가느다란 1회용 플라스틱 용기) 습열 멸균처리을 하며, 보통 온도 121℃ 압력 1bar 조건에서 20분 동안 살균합니다.

그리고 Capp Denmark A/S 제품의 주요 특징에 하나는 최초로 한번에 여러 point의 시료를 분주할 수 있는 마이크로 피펫이라는 것이다.

2002년

마이크로 피펫은 오랫동안 연구자들이 잠재적 위험 물질(Potentially hazardous liquid samples)로부터 안전할 수 있도록 진화한다.

그리고 이 시기에는 오랜 반복 사용으로 인해 발생하는 손목골 증후근(CTS_장기간의 신경압박에 의해 손과 손가락에 통증이 발생하는 것)의 문제에 대해서도 연구되어지기 시작한다.

이러한 흐름에 부합하여 미국의 Vistalab Technologies는 손목골 증후군이 최소화할 수 있는 디자인의 피펫을 설계하고 상품화하여 연구자들에게 제공한다.

이 회사는 근전계 검사법(electromyography)이란 것을 이용하여, 피펫 사용 시 각 인체의 근육에서 발생하는 전류의 변화를 측정한 다음, 이 자료를 기반으로 하여 피펫의 디자인을 인체공학적으로 하였다.

이러한 실험으로 탄생한 피펫은 연구자들에게 보다 편안한 자세에서 손목에 무리가 적은 피펫팅을 선사했다.

[앞으로의 전망]

요즘 피펫 시장에서 많이 들을 수 있는 유행어는

‘보다 인체공학적인~’,

‘보다 정확한~’,

‘보다 안전한~”,

“보다 편리한”

이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이러한 단어들은 난쟁이가 되어 전자 기술을 피펫 속으로 데리고 가 거대한 기계식 피펫 자리를 서서히 잠식해가고 있다.

조사 결과 2008년부터 2012년까지 세계시장은 약 5만 개의 피펫을 소비하였다고 한다.

새롭고 다양한 디자인의 피펫 출시, PCR(중합효소연쇄반응)진단법의 성장, 실험실의 미량 실험 증가 등이 이러한 성장의 원동력이었을 것이다.

앞으로도 피펫은 위의 4가지 키워드를 밑바탕으로 하여 발전에 발전을 거듭할 것이다.

단어로만 보면 몹시 추상적이기는 하나, 각 피펫 제조사들은 이러한 추상함을 구체화함으로써 연구자들의 손끝의 촉각을 즐겁게 할 것이다.

더 많은 미량시료의 샘플량 증가로 피펫 기술과 자동화 기술이 융합된 Gilson의 PlateMater와 같은 제품도 앞으로 많이 애용될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앞으로 4차 산업혁명과 피펫이 맞물려 피펫에 더 많은 기능들이 부여돼 또 다른 가치들이 창출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시료 분석 전 사용 분류에 편리함을 위해 바코드 리더가 장착된 피펫은 어떨까?

-볼륨 조절을 손이 아닌 음성으로 조절할 수 있는 피펫은 어떨까?

-피펫의 Tip를 간단히 드라이버 모양으로 만들어서 피펫을 간단한 실험 용 툴로 확대해보는 것은 어떨까?

-반복적인 피펫의 누름을 특정 근육에 운동효과가 있는 쪽으로 디자인해보고 마케팅을 하는 것은 어떨까?

-전자 피펫에 간단한 연산을 할 수 있는 계산기 기능을 삽입해 보는 것은 어떨까?

-피펫에 pH미터 기술이 접목되어 피펫팅을 하면서 pH가 동시에 측정되는 피펫은 어떨까?

-피펫에 실험 중 갑자기 생각한 아이디어를 저장할 수 있게 보이스 기능을 넣어보는 것은 어떨까?

-IoT 기술이 접목되어 장기간 피펫 사용 시 올바른 사용을 도모하고자 자동으로 calibration 등 유지 보수에 필요한 정보를 취합해서 알려주는 것은 어떨까?

-음악을 들으면서 실험할 수 있게 피펫에 블루투스 스피커 기능이 추가되면 어떤가?

-피펫모양을 카카오톡 캐릭터처럼 형상화 하여 스페셜에디션 버전을 만들어 보는 것은 어떨까?

-피펫에 적외선 온도계를 부착하여 온도측정기능도 넣어보는 것은 어떨까?

피펫을 손으로 눈으로 느껴보면서 돈키호테가 되어본다.

※일러두기
이 글은 오래 전에 ‘네이버 포스트_분석장비 탐험가 ‘에 실린 글의 일부와 그 후에 새로 쓴 글을 합쳐서 엮었습니다.

연재중 분석장비 이야기
분석장비 탐험가 (필명) (㈜신코 연구개발부, 책임연구원)
분석장비업계에 종사한지 15년이 된 평범한 직장인 입니다. 우연히 사내교육담당을 하면서 글쓰기에 호감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글과 함께 그동안 차갑고 무겁게만 느껴진 ‘분석장비’을 따스하고 가볍게 바라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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