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약학 양병찬 (2020-11-06)
미생물이 플라크를 파종하는 과정
알츠하이머병의 전형적인 특징은 끈끈한 단백질 플라크가 뇌 안에 축적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감염이 플라크의 축적을 촉발한다'는 설을 뒷받침하는 증거가 누적되고 있다. 한 이론은 "미생물이 미세아교세포(microglia)라는 뇌세포를 자극함으로써 면역반응을 작동시켜, (플라크를 구성하는) 아밀로이드 단백질 생성에 관여하는 효소의 수준을 높인다"고 제안한다. 아밀로이드는 방어 메커니즘으로 작용함으로써, 미생물을 탐식하고 불능화할 수 있다. 그러나 아밀로이드를 제거하는 데 실패하면, 염증이 증가하여 독성 피드백 고리(toxic feedback loop)가 형성된다.
알츠하이머병의 감염가설(infection hypothesis)을 검증하려는 연구자들은, 수천 개에 달하는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사후분석 뇌(post-mortem brain)에서 미생물을 찾아내려고 노력해 왔다. 그리고 많은 경우, 그들은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그런 연구들은 상관관계를 발견했을 뿐이며, 그런 설명은 메커니즘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UCL) 부설 영국치매연구소(UK Dementia Research Institute)의 바트 드 스트로퍼 소장(신경과학)은 말했다
그러나 그런 비판에 발끈하는 사람이 있으니, 1990년대에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사후분석 뇌에서 1형단순포진바이러스(HSV1: herpes simplex virus 1)를 관찰했다'(참고 1)고 보고한 영국 맨체스터 대학교의 루스 이차키(생물물리학)다. 그녀의 생각은, 뇌에 미생물이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모종의 역할을 암시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다른 연구자들도 그녀의 연구결과를 가리켜, 바이러스가 알츠하이머병의 핵심 용의자임을 강력히 시사하는 증거라고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밀로이드가 알츠하이머병의 중요한 특징이라는 점을 인정한다. 그러나 단도직입적으로 말해서, 그건 원인이 아니라 결과다"라고 그녀는 말했다.
지금껏 많은 미생물들이 알츠하이머병의 유발요인으로 제안되어 왔는데, 그중에는 세 가지 사람헤르페르바이러스(human herpes virus)와 세 가지 세균이 포함되어 있다. 세 가지 세균은 폐렴의 원인인 폐렴클라미디아(Chlamydia pneumoniae), 라임병의 원인인 보렐리아 부르그도르페리(Borrelia burgdorferi), 그리고 최근 잇몸병의 원인으로 밝혀진 포르피모나스 진지발리스(Porphyromonas gingivalis)다. 이론적으로는, 뇌에 침투할 수 있는 감염원이라면 뭐든지 유발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COVID-19를 초래하는 SARS-CoV-2가 그런 짓을 한다는 증거는 아직 없다.)
이 분야의 연구팀들은 대부분 선호하는 미생물이 하나씩들 있는데, 2018년에 발표되어 주목받은 두 편의 논문은 헤르페스바이러스의 역할을 조사했다. 그중 하나는 마운드 사이나이 의대의 조얼 더들리가 지휘한 연구로, 다양한 데이터베이스에서 입수한 1,000개에 달하는 사후분석 뇌의 유전자·단백질·조직구조 관련 데이터를 분석했다. 그들은 바이러스의 숨길 수 없는 단서(telltale signature)―유전자 단편이나 헤르페스에 특이적인 단백질―를 찾기 위해 뇌조직을 샅샅이 뒤진 끝에,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뇌에는 대조군의 뇌보다 HHV-6A(human herpes virus 6A)와 HHV-7(human herpes virus 7)가 더 많이 존재한다"는 결론을 내렸다(참고 2).
그러나 미국국립신경장애·뇌졸중연구소(National Institute of Neurological Disorders and Stroke)의 바이러스학자 스티븐 제이콥슨 팀이 발표한 두 번째 논문에서는 정반대 결과가 나왔다. 즉, 그들은 1,000여 개의 사후분석 뇌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더들리의 발견을 재현하는 데 실패한 것이다(참고 3).
요컨대, 더들리가 수많은 사람들의 뇌를 연구했다는 점은 인상적이지만, 그가 도출한 결과는 상관관계일 뿐이다. 또한 독일 본 소재 신경퇴행질환연구소(DZNE: Deutsches Zentrum f?r Neurodegenerative Erkrankungen)의 미하엘 헤네카에 따르면, 데이터의 원천이 걱정스럽다. 왜냐하면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뇌는 사망 직전 최악의 상태에 있는 데다, 사후부검을 하기 전에 뇌조직이 더욱 파괴되며, 심지어 사망 전후 며칠 동안 미생물이 쉽게 침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사후분석 물질에서 나온 자료를 갖고서, 질병의 발병 메커니즘을 논한다는 것은 난센스다. 하물며 30년 동안 진행되는 만성질환임에랴"라고 그는 말했다.
더들리의 논문은 2018년 타이완에서 10년 동안 수행된 연구결과가 발표된 후 다시 주목을 받았다. 타이완의 연구팀은 8,000여 명의 단순포진 환자들을 추적하여, 25,000명의 대조군(단순포진 진단을 받지 않은 사람들)과 비교 검토했다. 그 결과 단순포진 환자들 중에서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사람의 비율은 대조군의 2.5배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공격적인 약물치료를 받은 사람들은 위험 증가분이 거의 제거된 것으로 나타났다(참고 4).
최근 다시 주목을 받기 전에도, '감염이 어떤 경로를 거쳐서든 알츠하이머병을 촉발할 수 있다'는 생각은 흡인력이 매우 높아, 연구자들을 임상시험으로 이끌기에 충분했다. 2017년, 컬럼비아 대학교 뉴욕 캠퍼스의 연구팀은 '항바이러스제인 발라시클로버(valacyclovir)가 경증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인지기능 쇠퇴와 아밀로이드 플라크 형성을 지연시킬 수 있는지' 여부를 테스트하기 시작했다. 연구에 참가한 환자들은 단순포진바이러스 항체 검사에서 양성 판정도 받았는데, 연구 결과는 2022년에 나올 것으로 예상되어 귀추가 주목된다.
(...다음 편에 계속됩니다...)
☞ 다음편 목차
- 거증책임(burden of proof)
- 가설을 뒷받침하는 연구들
※ 참고문헌
1. https://doi.org/10.1002%2Fjmv.1890330403
2. https://doi.org/10.1016%2Fj.neuron.2018.05.023
3. https://doi.org/10.1016%2Fj.neuron.2019.12.031
4. https://doi.org/10.1007%2Fs13311-018-0611-x
※ 출처: Nature 587, 22-25 https://www.nature.com/articles/d41586-020-03084-9
바이오토픽양병찬 (약사, 번역가) 서울대학교 경영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은행, 증권사, 대기업 기획조정실 등에서 일하다가, 진로를 바꿔 중앙대학교 약학대학을 졸업하고 약사면허를 취득한 이색경력의 소유자다. 현재 서울 구로구에서 거주하며 낮에는 약사로, 밤에는 전문 번역가와 과학 리포터로...
출처: [BRIC Bio통신원] [바이오토픽] 알츠하이머병 감염설(II): 용의선상에 오른 미생물들 (https://www.ibric.org/myboard/read.php?Board=news&id=323787&SOURCE=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