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2020.11.06
수정일
2020.11.06
작성자
손님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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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바이오토픽] 알츠하이머병 감염설(I): 미생물 감염이 알츠하이머병을 파종(播種)할 수 있을까?

의학약학 양병찬 (2020-11-05)

한 비주류 이론이 '뇌 안의 미생물'을 치매 증상 발현의 원인으로 지목해 왔다. 이제 과학자들은 그 이론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Do Microbes Trigger Alzheimer’s Disease? The once fringe idea is gaining traction among the scientific community. / ⓒ The Scientist Magazine (참고 1)

'감염이 치매의 일종인 알츠하이머병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론은 지난 수십 년 동안 신경과학의 변방에서 설움을 받아 왔다. 대다수의 알츠하이머병 연구자들은 엄청난 양의 증거를 바탕으로 "알츠하이머병의 핵심 용의자는 아밀로이드(amyloid)라는 뇌 안의 단백질"이라고 생각했다. 그 끈끈한 단백질들이 뭉쳐서 플라크(plaque)를 형성한 다음, 염증을 초래하여 뉴런을 죽인다는 거였다.

노린스의 바람은, 감염설(infection idea)의 신빙성을 더욱 높이는 것이었다. "기존의 아밀로이드 가설(amyloid hypothesis)은 종교적 통념(Established Church of Conventional Wisdom)이 인정하고 뒷받침하는 신념이었다"라고 노린스는 말했다. "미생물을 바라보며 논문을 발표한 극소수 개척자들은 조롱받거나 무시되었다."

대체로, 감염이론은 초기 옹호자들에 의해 아밀로이드 가설의 대안(代案)으로 간주되었다. 그러나 최근 연구 중 일부는 '두 가지 아이디어가 공존할 수 있다'는 흥미로운 단서를 제공했다. 다시 말해서 감염이 아밀로이드 덩어리의 형성을 촉발함으로써 일부 알츠하이머병 증례를 파종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들이 제시한 데이터는 '뉴런 속에서 아밀로이드가 결정적인 역할을 수행한다'고 시사한다. 그 내용인즉, "아밀로이드는 독성 노폐물(toxic waste product)이 되는 대신 나름 중요한 임무를 수행할 수 있으니, 뇌를 감염에서 보호하는 데 기여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노화나 유전자 결함 때문에 시스템의 견제와 균형 메커니즘이 교란되면, 아밀로이드가 옹호자(defender)에서 악당(villain)으로 변신한다고 한다.



☞ 미생물이 플라크를 파종하는 과정

알츠하이머병의 전형적인 특징은 끈끈한 단백질 플라크가 뇌 안에 축적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감염이 플라크의 축적을 촉발한다'는 설을 뒷받침하는 증거가 누적되고 있다. 한 이론은 "미생물이 미세아교세포(microglia)라는 뇌세포를 자극함으로써 면역반응을 작동시켜, (플라크를 구성하는) 아밀로이드 단백질 생성에 관여하는 효소의 수준을 높인다"고 제안한다. 아밀로이드는 방어 메커니즘으로 작용함으로써, 미생물을 탐식하고 불능화할 수 있다. 그러나 아밀로이드를 제거하는 데 실패하면, 염증이 증가하여 독성 피드백 고리(toxic feedback loop)가 형성된다.

이상과 같은 아이디어는 잠재적 치료법 탐색의 새로운 길을 제시한다. 그 가설을 면밀히 검증하기 위해, 이제 과학자들은 (알츠하이머병을 더욱 근사하게 모방하는) 동물모델을 개발하고 있다. "우리는 그 아이디어를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UCL) 부설 영국치매연구소(UK Dementia Research Institute)의 소장을 맡고 있는 바트 드 스트로퍼(신경과학)는 말했다.

아밀로이드 가설의 개요

아밀로이드 가설은 "끈끈한 수용성 단백질(sticky, soluble protein)―베타아밀로이드 펩타이드(amyloid-β peptide)―이 뇌세포 사이의 공간에 축적됨으로써 알츠하이머병이 발병한다"고 주장한다. (1) Aβ(베타아밀로이드) 펩타이드는 뉴런막에 박혀 있는 또 하나의 단백질이 절단됨으로써 생성된다. (2) 일단 자유로이 떠다니게 되면, Aβ 펩타이드는 서로 뭉쳐 더욱 커다란 구조체를 형성하는데, 그 덩어리가 특별한 효소에 의해 효율적으로 제거되지 않으면 축적되어 플라크를 형성한다. (3) 그 플라크는 치명적인 연쇄반응을 촉발한다. 즉, 플라크는 신경염증(neuroinflammation)을 촉발함으로써 타우 탱글(tau tangle)이라고 불리는 얽히고설킨 단백질 다발을 탄생시키는데, 지금까지 장황하게 설명한 타우 탱글은 뉴런을 사멸시킨다.

아밀로이드 가설의 비판자들이 지적하는 것은, 알츠하이머병을 앓지 않은 사람들 중 상당수의 뇌를 사후에 검사해 보니 플라크가 포함되어 있었다는 것이다. 또한 그들은 임상시험 실패 사례를 제시하며, "아밀로이드 플라크를 용해시키도록 설계된 치료제의 임상시험에서, 알츠하이머병의 진행을 늦춘 게 하나도 없었다"(참고 2)고 덧붙인다. 이에 대해, 아밀로이드 이론의 옹호자들은 "플라크의 밀도가 사람마다 다를지언정, 플라크가 촉발하는 타우 탱글의 밀도는 알츠하이머병의 중중도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고 반박한다. 그리고 임상시험이 실패한 이유는, "실험적 치료제가 질병의 진행과정에서 너무 늦게 투여되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또한 아밀로이드 이론의 옹호자들은 강력한 증거를 하나 들이댄다. 그것은 젊은 나이―30대와 60대 사이―에 나타나는 드물고 공격적인 알츠하이머병 형태로, 유전성이 있다. 즉, 그 질환은 (뇌 안에서 아밀로이드 생성 과정과 염증을 조절하는) 유전자의 변이에 의해 초래된다. 그밖에도 수십 개 유전자들이 좀 더 흔한 후기발병형(late-onset form) 알츠하이머병의 위험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중 상당수는 아밀로이드 연쇄반응의 구성요소인 단백질을 코딩하고, 몇 개는 선천성 면역계(innate immune system)에 관여한다. 선천성 면역계는 병원체의 확산을 억제하기 위해 신속히 활성화되는 메커니즘으로, 염증을 추동하는 역할을 한다.

(...다음 편에 계속됩니다...)

☞ 다음편 목차

- 용의선상에 오른 미생물들
- 거증책임(burden of proof)
- 가설을 뒷받침하는 연구들

※ 참고문헌
1. https://www.the-scientist.com/features/do-microbes-trigger-alzheimers-disease-30999
2. https://www.nature.com/articles/d41586-018-05719-4

※ 출처: Nature 587, 22-25 (2020) https://www.nature.com/articles/d41586-020-03084-9

바이오토픽양병찬 (약사, 번역가) 서울대학교 경영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은행, 증권사, 대기업 기획조정실 등에서 일하다가, 진로를 바꿔 중앙대학교 약학대학을 졸업하고 약사면허를 취득한 이색경력의 소유자다. 현재 서울 구로구에서 거주하며 낮에는 약사로, 밤에는 전문 번역가와 과학 리포터로...

출처: [BRIC Bio통신원] [바이오토픽] 알츠하이머병 감염설(I): 미생물 감염이 알츠하이머병을 파종(播種)할 수 있을까? ( https://www.ibric.org/myboard/read.php?Board=news&id=323737&SOURCE=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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